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국제신문/사진가 김홍희의 Korea Now/2023년 4월 21일자/황리단길
  • 작성자 관리자
  • 조회수 243
2023-04-22 09:16:32


<17> 황리단길


본다는 것은

향기가 코끝을 스치듯

눈길에 스치는 게야

무엇인지 채

알아차리기도 전

사라지는 것을

그저 향기라고 하잖아


황리단길 탁 트인

골목길 책방에는

어디에나 있지만

어디에도 없는 책들이

5월의 바람을 기다리며

비스듬히 누워 있었지


햇살은 저만치

길 건너로 넘어가고

유리창 안에는

사람들이 넘기는

새 책들의 콩기름 냄새가

지문들과 함께 기지개를

펼 때


바람에 팔랑

머릿결을 날리며

긴소매로 손을 다 가린

여자아이 하나가

마스크로 온몸을 가린 채

유리창 속으로 불쑥

들어왔겠지


4월 햇살의 미련과

5월 바람이 아직

제자리를 잡지 못해

서성이던


황리단길의 봄날은

여즉 이름을 알 수 없는

여자아이의

힐끗 주고 간 눈길인 게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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